년 11월 한국 원화 가치 폭락의 구조적 원인과 다층적 위기

년 11월 한국 원화 가치 폭락의 구조적 원인과 다층적 위기

2025-11-30, G30DR

1. 서론: 퍼펙트 스톰에 진입한 한국 경제

2025년 11월,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복합 위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을 넘어 1,470원대에 육박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1 이러한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단순한 통화 가치의 조정을 넘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적 구조적 모순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는 단일 요인으로 설명될 수 없다. 2025년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압박, 그리고 양국 간의 ’무역 평화’를 위해 체결된 대규모 투자 협약이 역설적으로 국내 자본 유출의 기폭제(Trigger)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라는 내부 제약 요인으로 인해 통화 정책의 운신 폭을 상실한 상태이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거품 논란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과 같은 지정학적·기술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본 보고서는 2025년 11월 현재 진행 중인 원화 폭락 사태의 원인을 대외적 요인(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자본 유출), 대내적 요인(재정 건전성 우려와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시장 미시적 요인(수급 불균형과 돌발 악재)으로 나누어 심층 분석한다. 감정적 대응을 배제하고 철저히 데이터와 팩트에 기반하여,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해부하고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를 전망한다.

2. 대외적 충격: 트럼프 2.0과 한미 투자 협약의 역설

2.1 트럼프의 귀환과 ‘3,500억 달러’ 청구서

원화 약세의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대미 무역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한미 간의 대규모 투자 협약이다. 2025년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윤곽이 드러난 이 협약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었으나, 외환시장에서는 대규모 달러 수요를 유발하는 ’자본 유출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여졌다.1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총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조건으로, 한국산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기존 위협 수준인 25%에서 15%로 낮추거나 면제하는 데 합의했다.4 시장에 충격을 준 이 3,500억 달러 패키지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구성 항목규모 (USD)세부 내용시장 영향
현금성 투자 (Cash Investment)2,000억 달러미국 내 산업 설비 구축 및 전략적 투자 펀드 조성기업들의 현물 환율 매수 및 선물환 헤지 수요 폭발
조선업 협력 (Shipbuilding)1,500억 달러한화오션 등의 미국 조선소(필리 조선소 등) 인수 및 현대화 투자장기적 자본 유출 및 기술 이전 우려
에너지 구매1,000억 달러미국산 LNG 및 에너지 자원 추가 구매 약속 (별도)경상수지 흑자폭 축소 요인

이 협약의 본질은 한국의 ’제조업 자본’을 미국으로 이전하여 미국의 ’산업 재건’을 돕는 대신,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낮추는 거래였다.6 그러나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한국 내 달러 유동성의 대규모 이탈 신호로 해석했다. 삼성, SK,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 막대한 투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해야 하며, 이는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8

2.2 무역 안보의 대가와 환율의 희생

이 투자 협약은 ’무역 안보(Trade Security)’를 위해 ’금융 안정(Financial Stability)’을 희생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약점인 조선업 재건과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한화오션의 필리 조선소 인수 등 한국 조선업계의 대미 투자는 미국의 해군력 강화라는 안보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6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동차와 반도체라는 국가 경제의 두 축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만약 25%의 관세가 그대로 부과되었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약 체결 전인 5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27%나 급감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7

그러나 금융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분석가들은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국내 자금을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달러 수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수년 간 지속될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경고했다.8 정부가 “3,500억 달러 투자 계획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단계이며, 구체적인 시기는 조율 중“이라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불확실성 자체를 리스크로 간주하여 원화 투매에 나섰다.1 투자자들은 MOU가 결국 본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늦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3 트럼프 트레이드와 글로벌 달러 강세

한국 고유의 자본 유출 이슈는 글로벌 차원의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와 맞물려 증폭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국의 재정 지출 확대, 감세 정책, 그리고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의미하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 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9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탔고, 이는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를 유발했다. 엔화,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원화는 대미 투자 이슈라는 특수한 내부 재료가 더해지면서 하락 폭이 경쟁 통화들보다 훨씬 두드러졌다.2 특히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 대미 무역 흑자국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3. 내부의 뇌관: 이재명 정부의 재정 정책과 신뢰의 위기

3.1 ’슈퍼 예산’과 재정 건전성 우려의 심화

대외적 요인이 방아쇠를 당겼다면, 내부의 화약고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였다. 2025년 6월, 탄핵으로 물러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슈퍼 혁신 경제’ 구축을 기치로 내걸고 과감한 확장 재정 정책을 천명했다.11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8.1% 증액된 728조 원 규모로, 이는 한국 재정 역사상 가장 가파른 지출 증가율 중 하나다.13 이 예산안의 핵심은 AI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R&D 투자(35.3조 원)와 지역화폐 등 내수 부양을 위한 현금성 지원 확대다. 그러나 시장은 지출의 ’규모’와 ’속도’에 우려를 표했다.

[표 1] 2026년 한국 재정 전망 (기획재정부 및 IMF 추계)

지표2025년 (추정)2026년 (전망)비고
총지출 증가율3.2%8.1%역대급 증가폭
관리재정수지 적자4.5% (GDP 대비)4.3% (GDP 대비)적자폭 109조 원 예상
국가채무비율48.2%51.6%사상 첫 50% 돌파
경제성장률 전망0.9%1.8%기저효과 및 재정 부양 반영

국가채무비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50%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은 채권 시장과 외환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었다.15 재정 적자가 확대되면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며, 이는 국채 금리 상승과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를 유발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는 국가 신용도(Sovereign Credit)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는 요인이며, 이는 원화 자산에 대한 매도 압력으로 이어진다.

3.2 IMF의 경고와 정책 엇박자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연례 협의(Article IV Consultation)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해 이중적인 평가를 내렸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감축과 재정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15 특히 IMF는 재정 지출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R&D와 혁신 분야에 집중되어야 하며, 단순한 현금성 지원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재정 규율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 정책 간의 부조화(Mismatch)였다. 이재명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코스피 5000 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친시장적 행보를 보였으나, 이는 세수 기반을 약화시켜 재정 적자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17 감세 정책과 지출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 수지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정책 불확실성은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고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내부 요인으로 작용했다.

4. 통화 정책의 딜레마: 한국은행의 고립과 불가능한 삼위일체

4.1 1.50%p의 금리 격차와 자본 이동

원화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은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격차다. 2025년 11월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는 3.75~4.00%인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50%에 머물러 있다.19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150bp)에 달하는 이 격차는 자본이 수익률이 높은 달러화 자산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Incentive)이 된다.

경제학의 ‘불가능한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 이론에 따르면, 국가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 독자적인 통화 정책, 안정적인 환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한국은 자본 시장이 개방되어 있고(자본 이동), 경기 부양을 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자 하므로(독자적 통화 정책), 필연적으로 환율 안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4.2 한국은행의 ’4연속 동결’과 속사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5년 11월 2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이는 5월 이후 4회 연속 동결 결정이었다.21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한 금리 인하를 기대했으나, 한국은행은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진퇴양난(Dilemma)’에 빠져 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금리 인하 불가 (환율 리스크): 이미 1,470원대에 육박한 환율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가속화와 원화 투매를 용인하는 신호(Signaling)가 될 수 있다. 이는 수입 물가 폭등을 초래하여 물가 안정 목표(2%)를 위협한다.22
  2. 금리 인상 불가 (부채 리스크): 반대로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자니,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경제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특히 2025년 하반기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임계치 이상으로 높여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23
  3. 경기 둔화 우려: 2025년 3분기 GDP 성장률이 1.2%로 다소 회복되었으나, 내수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았다.25

결국 한국은행은 “환율 변동성과 주택 시장 불안“을 주된 이유로 동결을 선택했다. 이는 통화 당국이 금리 정책으로 환율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사실상 상실했음을 시장에 고백한 셈이 되었으며, 투기 세력들은 이를 원화 약세 베팅의 기회로 활용했다.

5. 자본 시장의 붕괴: ’셀 코리아(Sell Korea)’와 AI 거품론

5.1 외국인의 기록적인 이탈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한 또 다른 핵심 요인은 국내 주식 시장(KOSPI)에서의 외국인 자금 대이탈이다. 2025년 11월 첫째 주,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주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7조 2,600억 원(약 49억 8천만 달러)을 순매도했다.26 이는 2021년 8월 반도체 겨울론 당시의 매도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매도세는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선 구조적 포트폴리오 조정(Rebalancing)의 성격을 띤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증시를 지탱하던 반도체 대장주에 매도세가 집중되었다. 11월 첫째 주에만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 5천억 원, SK하이닉스를 3조 7천억 원어치 팔아치웠다.26

5.2 AI 거품론과 반도체 사이클의 공포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글로벌 AI 산업의 거품론과 맞물려 있다. 2024년부터 이어진 AI 붐이 정점을 찍고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엔비디아(NVIDIA)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AI 밸류체인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공급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도 급격히 냉각되었다.27

또한,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래 불확실성을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들이 미중 갈등의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5.3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의 악순환

주식 시장의 자금 이탈은 외환 시장과 즉각적인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악순환(Vicious Cycle)을 만들었다.

  1. 외국인 주식 매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거 매도하여 원화를 확보한다.
  2. 역송금(Repatriation):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여 본국으로 송금하거나 안전자산으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 매수 수요가 폭증한다.
  3. 환율 상승: 달러 수요 증가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4. 환차손 회피: 환율이 오르면 아직 한국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환산 수익률이 악화된다. 이는 추가적인 매도를 유발하여 환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형성한다.28

6. 지정학적 리스크: 한반도 긴장 고조와 사이버 안보 위협

6.1 단절된 대화와 군사적 긴장

2025년 11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며 대북 유화 제스처를 보였으나, 북한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삼중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봉쇄 전략으로 대응했다.29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남북 관계가 가장 기본적인 신뢰조차 없는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인정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었다.30

북한의 대남 적대 발언과 국지적 도발 위협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언제든 자금을 회수해야 할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인식된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이러한 안보 불안은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6.2 업비트 해킹과 북한의 그림자

2025년 11월 27일 발생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Upbit)의 해킹 사건은 시장의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새벽 시간대에 약 445억 원(약 3,040만 달러) 규모의 솔라나(SOL) 기반 가상자산이 탈취당한 이 사건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 조직의 소행으로 강력히 의심받고 있다.31

비록 피해 금액이 한국 거시경제 전체를 흔들 수준은 아니었으나,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원화 약세 심리에 일조했다.

  1. 디지털 금융 신뢰 타격: 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1위 거래소가 뚫렸다는 사실은 금융 인프라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2. 북한 리스크의 실체화: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외화를 탈취하고 이를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되면서, 안보 위협이 경제적 실체로 다가왔다.
  3. 위험 회피 심리: 주식 시장 하락과 맞물려, 가상자산 등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안전 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을 강화했다.

7. 실물 경제의 모순: 수출 호조 속의 내수 침체와 자본 유출

7.1 반도체 수출 호조의 착시 현상

거시 지표상으로 한국의 수출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2025년 11월 1일~2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으며, 특히 반도체 수출은 26.5%나 급증했다.34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수출 증가는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달러 유입을 늘리고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환율 폭락은 ’수출 호조’가 더 이상 원화 가치를 지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구조가 상품 수지 중심에서 해외 투자 소득 중심(본원소득수지)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송금하지 않고 해외 공장 증설이나 재투자에 사용하거나, 현지 법인에 유보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가 단절되었다.36 즉, 장부상의 흑자는 늘어났지만, 실제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7.2 내수 기업의 비명과 물가 압력

환율 급등은 수출 대기업에게는 가격 경쟁력 제고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내수 기업과 수입 업체에게는 재앙에 가깝다. 특히 식품, 제과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2026년 사업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혼란에 빠졌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수십억 원씩 증발한다“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는 고환율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대변한다.37

또한,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한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안정적인 듯 보이지만38, 환율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수입품 가격과 공공요금에 반영될 경우 실질 구매력 감소와 내수 침체 가속화가 우려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 부양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8. 부동산과 가계부채: 통화 정책을 옥죄는 족쇄

8.1 서울 아파트값 폭등과 정책 딜레마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꼼짝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과 가계부채다. 2025년 하반기,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9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상승 기대감을 보여주었다.39

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었다.24 이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이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집값 폭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금리를 인상하면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폭발하여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

8.2. 부채의 역습

하버드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서울 강연에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통화 정책의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40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위기 시 정책 대응 능력을 마비시키는 현상이 2025년 한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시한폭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원화 자산에 대한 장기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9. 결론 및 향후 전망: 구조적 고환율 시대의 도래

2025년 11월의 원화 가치 폭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결과다.

위기 요인세부 내용원화 가치 하락 메커니즘
자본 유출한미 투자 협약 ($350bn)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 → 기업들의 달러 수요 폭발 → 구조적 달러 부족
무역 환경트럼프 관세 리스크대미 수출 불확실성 → 투자 심리 위축 → 안전 자산(달러) 쏠림
금융 시장외국인 ‘셀 코리아’AI 거품론 & 밸류업 실망 → 주식 매도 후 역송금 → 원화 매도 압력
통화 정책한미 금리차 (1.50%p)고금리 달러 자산으로 자금 이동(Carry Trade) → 원화 매력도 실종
재정 정책확장 예산 (적자 확대)국가 채무 급증(51.6%) → 대외 신인도 하락 →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부동산가계부채 & 집값 과열금리 인상 불가(정책 마비) → 투기 세력에 약점 노출 → 환율 방어 포기 인식

9.1 전망: 1,500원 시대의 가능성

한미 투자 협약에 따른 자본 유출이 본격화되는 2026년부터 원/달러 환율의 저점은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 즉 1,350원~1,400원 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하게 시행되거나, 반도체 경기가 침체로 돌아설 경우 환율은 1,500원을 넘어 1,600원까지도 열어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고환율-고물가-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9.2 대응 과제: 정책 공조와 체질 개선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금의 위기가 단순한 외환 시장의 발작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재정), 한국은행(통화), 금융위원회(금융) 간의 정교한 정책 공조(Policy Mix)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1. 재정 신뢰 회복: 정부는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설득하되,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 로드맵을 제시하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2. 부채의 연착륙: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실하게 억제하여 통화 정책의 운신 폭을 확보해야 한다.
  3. 투자 매력 제고: 국내 자본 유출을 막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 혁파와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한국 시장의 매력도를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

지금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른 차원의 위기다. ’달러가 없어서’가 아니라 ‘달러가 떠나서’ 발생하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경제 체질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10. 참고 자료

  1. South Korean Won Falls as Outflow Concerns Persist - Trading Economics,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urrency/news/501152
  2. Won tumbles to last year’s political crisis level; BOK chief vows intervention if needed, https://www.kedglobal.com/foreign-exchange/newsView/ked202511120005
  3. US and South Korea release trade agreement details, https://www.investmentmonitor.ai/news/us-south-korea/
  4. Joint Fact Sheet on President Donald J. Trump’s Meeting with President Lee Jae Myung, https://www.whitehouse.gov/fact-sheets/2025/11/joint-fact-sheet-on-president-donald-j-trumps-meeting-with-president-lee-jae-myung/
  5. US trade agreements: Korea framework lowers tariffs - S&P Global, https://www.spglobal.com/automotive-insights/en/rapid-impact-analysis/us-trade-agreements-korea-tariffs
  6.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Korea leans into shipbuilding as it woos Trump - POLITICO Pro, https://subscriber.politicopro.com/article/eenews/2025/10/27/make-american-shipbuilding-great-again-korea-leans-into-shipbuilding-as-it-woos-trump-ee-00623908
  7. South Korea’s Response to U.S. Demands: Minimize Risk, Maximize Reward - CSIS, https://www.csis.org/analysis/south-koreas-response-us-demands-minimize-risk-maximize-reward
  8. South Korean Won Slides Amid Persistent Capital Outflows - Trading Economics,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urrency/news/502502
  9. Trump Tariffs: Tracking the Economic Impact of the Trump Trade War - Tax Foundation, https://taxfoundation.org/research/all/federal/trump-tariffs-trade-war/
  10. Trump 2.0 tariff tracker, https://www.tradecomplianceresourcehub.com/2025/11/20/trump-2-0-tariff-tracker/
  11. Lee Jae Myung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Lee_Jae_Myung
  12. Finance chief says Korea’s economy at ‘turning point’ to reshape growth trajectory for decades, https://www.koreatimes.co.kr/economy/20251126/finance-chief-says-koreas-economy-at-turning-point-to-reshape-growth-trajectory-for-decades
  13. [Editorial] Fiscal fault line - The Korea Herald,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610684
  14. South Korea eyes record 8.1% budget hike with big AI push - KED Global, https://www.kedglobal.com/economy/newsView/ked202508290008
  15. IMF urges Korea to reduce debt and focus on R&D, gives Lee positive reviews so far,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2025-11-24/business/economy/IMF-urges-Korea-to-reduce-debt-and-focus-on-RD-gives-Lee-positive-reviews-so-far/2461885
  16. IMF Executive Board Concludes 2025 Article IV Consultation with Republic of Korea, https://www.imf.org/en/news/articles/2025/11/21/pr-25385-republic-of-korea-imf-executive-board-concludes-2025-article-iv-consultation
  17. New Administration’s Tax Agenda and Implications for Foreign Investors - 법무법인(유) 광장 | Lee & Ko, https://www.leeko.com/leenko/news/newsLetterView.do?lang=KR&newsletterNo=2169
  18. Tax News Flash 2025.8.4 (영문) - PwC, https://www.pwc.com/kr/ko/insights/tax-news-flash/samilpwc_tax-news-flash_250804_en.pdf
  19. S. Korea freezes policy rate at 2.50 pct for 4th time, https://english.news.cn/asiapacific/20251127/ce3587ab9a7145c2bf39bc0243a3304b/c.html
  20. United States Fed Funds Interest Rate - Trading Economics, https://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interest-rate
  21. BOK holds key rate for 4th time as won slides, https://www.koreatimes.co.kr/economy/20251127/bok-holds-key-rate-for-4th-time-as-won-slides
  22. BOK keeps interest rate steady amid housing market pressures, increasing exchange rate,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2025-11-27/business/finance/BOK-keeps-interest-rate-steady-amid-housing-market-pressures-increasing-exchange-rate/2464543
  23. Household loan growth accelerates in October amid surge in debt-fueled investment, https://www.koreatimes.co.kr/economy/20251113/household-loan-growth-accelerates-in-october-amid-surge-in-debt-fueled-investment
  24. KB Kookmin Bank halting new home purchase loans for rest of year,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2025-11-21/business/finance/KB-Kookmin-Bank-halting-new-home-purchase-loans-for-rest-of-year/2460011
  25. Bank of Korea to hold rates at 2.50% on November 27, cut pushed to next quarter: Reuters poll, https://wtvbam.com/2025/11/24/bank-of-korea-to-hold-rates-at-2-50-on-november-27-cut-pushed-to-next-quarter-reuters-poll/
  26. KOSPI experiences record foreign sell-off in 1st week of November amid AI bubble woes, https://www.koreatimes.co.kr/economy/20251109/kospi-experiences-record-foreign-sell-off-in-1st-week-of-november-amid-ai-bubble-woes
  27. Foreign Investors’ Record Sell-Off Driven by AI Bubble Fears, 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5/11/09/N55C3C6OBBABJA77TW5SXLQB4I/
  28. South Korean Shares Fall Amid Foreign Selling - Trading Economics,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stock-market/news/504394
  29. South Korea seeks North Korea talks, warns of risk of border clashes, https://ipdefenseforum.com/2025/11/south-korea-seeks-north-korea-talks-warns-of-risk-of-border-clashes/
  30. North, South Korea in ‘very dangerous’ standoff: Yonhap quotes President Lee saying, https://www.thehindu.com/news/international/north-south-korea-in-very-dangerous-standoff-yonhap-quotes-president-lee-saying/article70317212.ece
  31. Upbit Hack and Naver Financial Merger: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 Markets.com, https://www.markets.com/news/upbit-hack-naver-financial-merger-challenges-2878-en
  32. South Korea’s biggest crypto exchange, Upbit, hacked — investigators say they know who’s behind it | Stock Market News - Mint, https://www.livemint.com/market/cryptocurrency/south-koreas-biggest-crypto-exchange-upbit-hacked-investigators-say-they-know-whos-behind-it/amp-11764298992516.html
  33. Upbit Hacked: 44.5 Billion Won Stolen, North Korea Suspected, 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5/11/27/QVN35FSNSNEU5EJHW2FLQPWDBU/
  34. South Korea exports seen rising in November on tech demand, US trade deal: Reuters poll By Reuters, https://www.investing.com/news/economic-indicators/south-korea-exports-seen-rising-in-november-on-tech-demand-us-trade-deal-reuters-poll-4380757
  35. South Korea’s exports rise 8.2 percent in early November on strong semiconductor, auto demand - Economy Global, https://economyglobal.com/news/south-koreas-exports-rise-8-2-percent-in-early-november-on-strong-semiconductor-auto-demand/
  36. Central bank warns of potential risks from net surge in foreign assets - The Korea Times, https://www.koreatimes.co.kr/economy/20251105/central-bank-warns-of-potential-risks-from-net-surge-in-foreign-assets
  37. Won-dollar uncertainty wreaking havoc with company plans - Korea JoongAng Daily,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2025-11-13/business/finance/Wondollar-uncertainty-wreaking-havoc-with-company-plans/2453509
  38. South Korea Consumer Confidence - Trading Economics,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onsumer-confidence
  39. Consumer sentiment highest since 2017 as ‘trust in price stability’ strong: BOK,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2025-11-25/business/economy/Consumer-sentiment-highest-since-2017-as-trust-in-price-stability-strong-BOK/2463055
  40. Harvard Professor Warns Korea’s High Household Debt Burden Despite Low Public Debt, 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5/11/27/AFCURU6TABDV5NEHZR4X2O5L5U/